"아사히."
아즈마네 아사히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세계에 산다. 그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듣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리를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사와무라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글자로 변한다. 책 낱장에 적힌 글자처럼 변해 눈앞에 보인다. 응, 다이치. 답하는 자신의 목소리도 활자로 보인다. 귀에 문제는 없다. 정신적인 이유다. 아즈마네에겐 귀를 닫을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없는 이유지만, 한 번 알게 된 묵음의 세계는 편안해서 아즈마네는 딱히 고치려 하지 않는다. 이 조용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아즈마네의 귀에 새 소리가 들린다.
니시노야 유우는 향기가 부족한 청량한 세계에 산다. 그는 향기에 관심이 없어서 잘 맡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가 둔감하다.
"노얏상! 점심 먹자!"
친구들과 둘러앉아 여는 점심 도시락의 양은 많지만 향기는 적다. 니시노야는 항상 잔뜩 먹지만 필요하니까 먹을 뿐이다. 향을 잘 못 느끼다보니 음식의 맛에도 관심이 없다. 음식이 품은 강렬한 유혹의 향은 그에게 의미가 없다.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지만, 열정을 쏟을 다른 대상이 많기 때문에 니시노야는 아쉽지 않다. 이 청량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니시노야의 코에 밥 냄새가 스민다.
아사히의 웃음이 향기부터라면 노야의 웃음은 소리부터. 아사히와 함께하는 노야의 일상은 향기로워지고 노야와 함께하는 아사히의 일상은 소란스러워진다 그리고 조금 조용하게 조금 청명하게.
정신적인 이유로 냄새를 못 맡는 노야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못 듣는 아사히가 서로에게선 조금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는 거 보고싶네.. 아사히의 경우엔 들리긴 해서 알아듣는데 소리가 아니라 글을 읽는 것처럼 인식되는 느낌.
아사히는 소심한 성격에 듣기 싫은 소리(부모의 싸움)를 막고싶단 생각이 발단이 되었고, 노야는 냄새에 흥미가 없어서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워낙 일상 중에도 집중력이 높아서 신경쓰지 않는 감각은 (고통을 포함해) 잘 잊는 것으로.
그러던 그의 귓가에 새 지저귐 같은 웃음 소리가 스쳤다. / 그러던 그의 코끝에 여기 존재하지 않는 음식의 향기가 스쳤다.
그와 아침을 함께하고 싶어졌다. / 그와 웃음을 함께하고 싶어졌다.
합숙 땐 더 잘 먹는구나. / 합숙 땐 더 잘 웃네.
키요코 상이 해주신 밥! 최대한 배에 담아갑니다! / 애들이랑 있으니까 나도 분위기에 쓸려가 버려.
사실은 그의 향기 때문이었다. / 사실은 그의 소리 때문이었다.
3학년이니까 아사히가 식사 먼저 받지 않을까. 합숙 아침식사 때 아사히 근처에 자리가 있으면 냉큼 앉는 노야와 내심 옆에 와주길 기대하는 아사히. 먹는 장면이 잘 안 나와서 그렇지, 아사히도 엄청 먹겠지? 그 체격에 그 파워니까.
(몸도 작은데) 그 많은 게 어디로 들어가는지 궁금해하는데 노야 배가 밥 먹고 난 후엔 뽈록했다가 순식간에 스스스 들어가는 걸 목격하는 아사히...
아사히 상의 웃는 모습을 보면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르다. / 니시노야가 웃는 소리를 들으면 같이 웃고 싶고, 가만히 듣고 싶다.
처음엔 작아서 새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더 크게 들리게 된 이후엔 캐스터네츠처럼 작고 경쾌한 악기 소리 같기도 했다.
서로 고마운 점 쓰기?
응. 종이를 돌릴테니까.
롤링 페이퍼구나. 수학여행 온 기분인데?
자자, 천천히 생각하고 맘껏 적어. 거기 츠키시마! 대충 하면 안된다?
윽....
단란한 침묵이 지나갔다. 니시노야는 받은 종이를 펼치고 쓱 훑었다. 동체 시력 좋은 눈에 조용조용한 글씨가 보였다. 리베로에게, 후배에게 건네는 긴 칭찬의 말.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항상 즐거워.' /
처음엔 희미해서 주방에서 날아온 냄새라고 생각했다. 더 짙어진 다음에는 매일매일 먹지 않으면 허기가 질까봐 걱정됐다.
아사히가 받은 종이를 뒤집어 첫번째 글자부터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아무리 지금 읽는 글자에 집중을 해도 자꾸 눈에 띄는 글씨가 있었다.
'ACE!!!!' (존재 자체가 부모의 싸우는 이유였던 아사히에게, 존재 자체가 고맙다고 말하는 듯)
일필휘지로 휘갈긴 커다란 글씨. 그 밑에 사인처럼 작게 적어둔, 여전히 호쾌한 문장.
'더 많은 공을 이어주고 싶어요. 계속 같이 배구 합시다!'
노야, 이건 고마운 점이 아니잖아. 아사히는 웃었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아사히 상, 아침에 잘 못 일어나면서 밥은 잘 먹고 나와요? 뭘 먹나요?
그가 웃지 않아도 향기가 났다. / 그가 웃지 않아도 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 아침밥의 향기는 그의 상냥함이 시간을 일구는 향이었다. / 사실 그 소리는 그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내 안에서 박수를 치는 소리였다.
아사히가 아침에 뭐 먹는지 이야기 해주는데 니시노야가 하도 잘들어줘서 줄줄 메뉴를 이야기하는 아사히.. 집앞 텃밭의 파 이야기까지... 계속 노야가 맛있겠다며 정말 부러운 듯이 말해서 아사히는 먹으러 와도 된다고 말해버렸다. 노야도 자기도 모르게 반색하며 정말 그래도 되냐고 물어서 물리기 어려워졌다. 집에 가서 물어본다고 한 아사히는 물어보고서 노야에게 그럼 아예 하루 자고 가는 게 어떻냐고 문자를 보내서, 다음날 만난 둘이 새삼 서먹해하면서 약속 잡았으면... 연습 열심히 하고서 아사히네 집에 갔는데 저녁부터 얻어먹었지만, 저녁도 맛있긴 했지만 합숙때의 아침식사 같지는 않았다... 아사히 방에 들어가서 잡담도 하고 큐브도 갖고놀고 이것저것 소박하게 놀다가 일찍 잠들고..
다음날 아침엔 완전 놀라버렸다.
일찍 일어난 니시노야는 아즈마네 가의 아침식사를 돕게 되었는데, 거기서부터 서서히 차오른 뭔가가 늦게 일어난 아사히가 부엌으로 내려오면서 펑 터져버렸다. 엄청나게 행복한 아침 식사의 예감. 정확한 감이었다.
큰일났다. 아사히 상 없이 밥을 먹고싶지가 않아졌다.
시끄럽고 향기로운 아침.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아사히는 아사히대로 종종 그때 좋았지, 하고 그날 아침식사를 떠올리고, 얼굴이 멍청하게 풀어졌단 지적을 받곤 하게 되고...
둘은 서로가 못 듣고 못 맡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아사히는 부모의 싸움. 니시노야는 선천적으로.
저도 부모님이 자주 싸웠어요. / 나도 이 생김새는 어쩔 수가 없어.
둘 다 서로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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