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카가 바닥 파고들어가는 거 보고싶다.... 성적인 부분에서 미숙해보이는 만큼 땅파고 상처입고 변하고 하는 과정 흥미롭겠지... 줏대 있는 동시에 사리분별하려고 신중하게 신경쓰고 남의 눈에 민감하고 권위에 조심하는 등등 겉으로는 다혈질 단세포인데 아닌 거 보면 재밌어... 사회의 압박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은데, 그런만큼 자기도 모르는 취향이 있을테고,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어릴 적의 취향은 비교적 자유로웠을테니 그때 찾은 취향의 영향으로 배지 모으는 거였음 좋겠네... 부적도 좋아했을 거 같은데 노얏상은 부적 같은 사람이니까 영향이 있다거나... 어느날 갑자기 자기 취향이라 생각했던 게 남의 영향을 받았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 취향 찾다가 남한테 휘둘릴지도.

  타나른도 좋은데 스트레이트인 쪽도 좋아서... 좋아하게 된 여자애랑 어찌저찌 썸타게 되는데, 여태 장난처럼 했던 나쁜 짓이나 나쁜 말 때문에 고민하는 거 보고싶다..

타나카 스트레이튼데 노야랑 하는 거...도... 좋다... 다른 남자들한텐 거부감만 들어서 아 역시 난 스트레이트구나 생각한 타나카가, 그런데 노야는 어쩐지 여자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해서 가끔 지그시 쳐다보는데 노야가 눈치챘으면...


알람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도 안되나. 유흥에 관심이 많은 나이 답게 게임과 만화 같은 유흥거리를 놓지 못하는 타나카는 아슬아슬하게 열두 시에 잠드니까. 히나타가 깬다는 다섯 시 반은 커녕 카라스노 평균 기상시간인 여섯시도 무리였다.

배가 다 드러나게 올라간 셔츠를 잡아 끌어내리며 길고 큰 하품을 한다. 기지개를 켜고 대강 준비를 하고 도시락을 잘 챙겨 집을 나서면서 폰을 본다. 어젯밤 켄타로와 타케토라, 둘과 대화를 하다 각자 잠들면서 끊긴 채팅방이 제일 먼저 보인다. 켄타로와 타케토라 모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니시노야는 자주 6시보다 일직 깬다고 했다. 일찍 잠들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으면 저절로 일찍 일어났고 깨면 배구에 필요한 일을 했다.

다들 성실하단 말야.

너도 성실하잖아?

그... 뭐랄까, 성실한 것보다도 더 성실한... 그으으, 모르겠다!

흐응. 류가 아슬아슬하게 오긴 하지만 지각은 아니잖아.

게임을 덜 할까, 만화를 덜 볼까 고민하는 타나카에게 니시노야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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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취향 이야기하다가 타나카가 정체성 고민하게 됐음 좋겠다.

너네 매니저 되게 요염하잖아~

아니, 키요코 상은 그런 대상이 아니지

뭔소리야 그냥 동경이냐 그럼 딴애들은 작업 걸 수 있게 해줘라

죽인다 너네 키요코 상한테 끈적대면

이자식이

그럼 그 1학년 매니저는 어때 귀엽던데?

야 미쳤냐 얏쨩이 얼마나 작고 어린데 걔한테 무슨 나쁜 짓을

이 자식 자꾸 헛소리 하네 1살 차이거든? 1살 많은 쪽도 안되고 적은 쪽도 안되면 네 취향이 문제네

나는 동급생 취향인가..하고 생각해보니 확실히 동급생 여자애들이 편안하고 호감가는 애도 있었던 타나카... 그 중에서 누가 젤 좋았더라 눈감고 떠올려보는데 앞에서 의자 끄는 소리 나면서 눈떠보니 노야가 놀러와서 앞에 앉는 중이었음 좋겠군 동급생!이란 단어가 뇌리를 스치며 놀라버린 타나카와 머하냐고 점심 먹자는 노야


  평소랑 다름없는 얼굴로, 류, 나랑 자고싶어? 하고 묻는 노야는 진짜 그래도 상관없다는 투였다. 타나카는 또, 지금까지 남들이 건넨 취향을 자기 취향인 줄 알고 받아들었던 것처럼, 얼결에 그렇다고 답하고 말았다.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 타나카의 고민을 들으며 네 취향을 잘 모르겠으면 여러가지를 많이 해보라고 조언을 해줬던 니시노야는, 자기 말에 책임이라도 지려는지 선뜻, 그럼 자자,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타나카는 자신이 적어도 남자에게 안기는 건 싫어할 줄 알았다.

  얼떨결에 노야랑 자기로 날 잡아놓고 집에서 자기 허벅지랑 다리사이 만져보는 타나카..


  섹스 자체는 얼굴이 탈 것처럼 부끄러웠던 거 빼고는 되게 좋았고 또 하라면 또 할 수도 있을텐데, 뭔가 여자 볼 때랑 미묘하게 다른 게 있지만 (스트레이트니까)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지식도 없고 해서 자기가 뭔지 모르겠는 타나카...

  타나카가 동년배랑 후배 중에선 노야한테만 물렀음 좋겠어.. 노야가 정확히 알고싶으면 나 말고 다른 남자랑도 해보라고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봐도 안기는 쪽은 다른 사람이랑은 안하고 싶었음 좋겠고...

  그즈음부터 '여자들'에 관심가지는 대신, 스쳐지나가는 여자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두는 타나카.. 어떤 사람이 자기 취향인지 아닌지 알려면 그 사람만의 삶을 알아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왠지 자기 시선을 들키는 게 쑥스러워졌다.

  겨울에 비니 쓰고 두꺼운 목도리로 코까지 가리고 눈 내리깔고 길에 서서 여자 지나갈 때마다 얼굴 시뻘개지는 타나카 보고싶네... 타나카 감수성이 어마어마해서 이제야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각각의 여자가 자기 주변을 지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고 뭔가 부끄럽고 그랬으면...


  노얏상, 눈이 내리니까 왠지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냐.

 오! 나가서 눈싸움 할까!?

 ......

 감수성 폭발해서 시집을 사러 서점에 들어간 타나카는 책장을 둘러보다가 아즈마네와 마주쳐서 시집을 추천받았다....


+ 불독님 ( @dud999c )이 그려주신 커미션



  좋은 사람 만나서 사귀고 안정을 되찾았음 좋겠다. 폭발하던 감수성도 잔잔하게 가라앉고 운동할 땐 여전히 펄펄 열내면서 뛰어다니구 근데 뭔가 성숙해서 니시노야가 너 왠지 성숙하게 변했다고 그러구 (급마무리

  타나카가 애인이랑 손깍지끼고 걸어가면서 웃는다고 상상하면 되게 좋아... 평범하게 행복한 분위기... 배경으로 지나가는 눈싸움하는 동서동


  타나카가 발견할 취향은.. 잘 모르겠어... 책을 많이 읽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많이 느끼기.

  짝사랑하고 고백했다가 실패해서 어느 꽃 핀 풀밭에 앉아서 세운 무릎에 얼굴을 묻고, 그냥 키요코 상을 좋아할걸, 하고 읊고.

  경찰 되는 타나카도 제법.... 좋은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을 보편적인 (다소 보수적인) 규범에 맞춰 해결하려는 스타일..

  경찰로 근무하다가 퇴근해서 우카이랑 함께 동네 배구팀으로 향하는 타나카... 일본은 경찰학과가 딱히 없다고 하고.. 논커리어일까. 공부를 안 했던 만큼 고전하거나 성과가 없는 시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기를 견디며 보내는 타나카도 보고싶으니깐..

  노야가 프로-국대까지 활동한다면 텔레비전으로 경기 보면서 타나카가 응원하는 한편 질투를 느끼지 않을까? 경기 본 날은 엄청 연습했음 좋겠다. 일본 경찰청에도 배구단 있으면 들어갔음 좋겠네...


  타나카가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겨서 데이트를 다닐 무렵... 노야랑 둘이 나란히 걷다가 노야가, 너 멋있졌다고 말했다. 타나카는 그 다음에 '남자가 되었구나, 류!'란 말이 따를 줄 알았지만 노야는 그것으로 충분하단 듯 입을 다물었다.

  타나카는 문득 궁금해졌다.

 있잖아, 노야. 전에 연습했던 거 말이야. 후회해?

 응? 아. 너한테 말 안했었구나. 나 아사히 상이랑 사귀게 됐어.

 뭐!? 뭐야, 언제? 왜 말 안했어?

 미안. 아직 뭐랄까... 실감이 안 나서. 불안하기도 하고.

 불안해? 뭐가?

 음.... 다 거짓말일까봐.

  타나카의 걸음이 느려졌다. 노야는 타나카의 눈을 흘끔 보았다. 노야는, 그냥 그래, 아사히 상이 연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 라고 말하며 다시 앞을 보았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연습 안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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