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으로 노야가 연습(..)삼아 제3자랑 ㅅㅅ하는 것도 보고싶다>


타나카가 니시노야의 배에서 발견한 멍이 대화의 발단이었다.

"무슨 일이야?"

타나카가 다소 험상궂게 묻는다. 멍든 배를 락커룸을 향한 채로 옷을 갈아입던 니시노야가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변명을 해봤자 통하지 않을 거라는, 배구로 다칠 부위가 아님을 안다는 눈빛이었다. 스가가 알았더라면 타나카 너는 아주 가끔씩만 눈치가 좋다며 놀렸을 일이다.

니시노야는 여전히 멍을 감추려는 것처럼 구석을 향해 말했다. 둘밖에 없는 배구부 부실의 구석에서는 먼지 냄새가 났다.

"어제 만난다고 했던 사람 있잖아."

하고 운을 띄운 니시노야는 속이기 싫어서 연습으로 하러 온 거라고 말했다가 풀스윙으로 맞았다고 했다. 타나카의 미간이 약간 구겨졌다.

"그럼 싸우기만 하고 끝난 거야?"

"하긴 했어."

타나카의 표정이 풀렸다. 그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니시노야는 덤덤하게 하기 잘했다고 했다. 역시 실전은 다르더라.

"그..런 연습이 꼭 필요한 거야?"

타나카는 다음 문장까지 뜸을 많이 들였다.

"만약 아사히 상이 너처럼, 너랑 똑같은 상황에서 누굴 만난다면 어떻겠어?"

표정이 안좋아진 니시노야는, 

"어쨌든 아직 고백도 안 했고 사귀더라도 절대 말 안할 거야."

그렇게 답했다. 니시노야가 실내용 운동화를 움켜쥐었다.

"가자. 부활동."


  처음엔 그냥 아무나 만났는데 두번째는 앱(익명)에서 아사히랑 신체조건 비슷한 사람 찾아서 만나러 갔는데 아사히가 있었음 좋겠다. 일부러 학교에서 전철로 꽤 떨어져서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지역에서 사람을 골랐는데...

 침묵.

 침묵.

 "원나잇은 이상한 사람 만날까봐 긴장되는데."

 아즈마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자기 뒷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너라면 안심이네."

 왜 그말에 화가 났을까.


 "아사히 상, 사실 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 뭐, 뭐어?"

 "그 사람이랑 잘 하고 싶어서 연습삼아 사람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

 "자, 잠깐. 그거 괜찮은 거야?"

 "왜요?"

 "왜냐니.. 그 사람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잖아."

  아사히는 상냥하게도 싫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노야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린거 알고 아사히가 말을 걸어야하는데 배구이야기하기엔 뻘쭘하고... 걱정도 되고... 아사히 불안도 엄청났으면 좋겠다. 나란히 걸어가다가 모텔앞에서 

 "니시노야."

 나즉히 부르면서 

 "여기서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하는 아사히 보고싶다... 노야가,  ) <- 이부분 ㅂㄷ님 썰

 "저는 아사히 상이랑 하고 싶어요."

 아사히 상이랑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노야는 지금까지 아사히랑 하고 싶어서 노력하다보니 이렇게 되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아사히랑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겠지만.. 아사히 입장에서는 '저는 --- 하고 싶어요' 라고 들리겠지, 중간의 자기 이름은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사히 상에겐 내 진심이 들리지 않는 걸까, 전할 수 있는 걸까, 아직 직설적으로 말해보지도 않은 채 의문이 용기를 깎는데도, 그러나 니시노야는 포기라는 선택지를 절대 고르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스스로를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사람..


  "아사히 상, 하면서 제가 좋아한다고 중얼거릴 거예요. 습관 같은 거라서. 신경 안쓰셔도 돼요."

  콘돔 끝을 비틀라고 배워서 그렇게 했다. 애무할 때도 손톱은 짧아도 위험하니까 콘돔을 쓰면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 과정을 내려다보는 아사히의 얼굴에 의문이 없어서, 그래, 아사히 상에겐 오늘의 만남도 그전의 만남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저번의 연습과 같은 마음으로 나왔듯이, 하고 생각하곤 니시노야의 마음에 비참함이 체한 기운처럼 얹혔다. 토로하고 싶었다. 선배에겐 내가 특별하지 않아요? 오늘이 특별하지 않아요?

  아사히의 행위할 때의 모습이 기대했던 대로 좋아서 더 서럽지 않았을까..

  이것은 연습이고 니시노야는 섹스의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 알게됐으며 아사히 상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 아사히 상과 하는 키스의 맛, 아사히 상의 옷에 감춰졌던 곳의 감촉, 아사히 상의 무게도 알았다.

 연습. 완벽한 연습.

  선언한 대로 니시노야는 하는 중에 거듭 좋아한다고 속삭였다. 진심이 담긴 간지러운 말과 질척한 섹스의 분위기에 한껏 취한 아사히가 종반쯤 무심코, 

 "나도, 좋아."

 하고 답했다. 섹스가 좋다는 의미임이 확실해서 노야는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감춘 채 입술을 깨물었고 좀 거칠어졌다.


  참 이상하다. 원했던 대로 아사히 상과 할 기회도 잡았고 연습도 도움이 되었다. 하룻밤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인데 이 기분은 뭘까.


  아사히는 특유의 소심함 때문에 앱에서 채팅으로만 사람을 만나다가 가끔 밖에서도 만나곤 했다. 대화를 해본 후에 만나다보니, 보이는 거랑 성격이 정말 다르다는 평가도 불편하지 않았다. 첫만남마다 신경써서 풀어야 하는 오해가 없는 채 만날 수 있다니.

  아사히 혼자 야한 짓 했음 좋겠다....

  몸이 커서 방안에서 좀만 움직여도 가구니 온갖 물건이 덜컹거리니까 만족할 만큼 못해서 혼자 침대에서 꼼질거리며 투정부렸음 좋겠어... 자기도 모르는 사소한 애정결핍도 있었으면 좋겠네... 금방 컸으니까 선생님들이 약간 신경을 덜써줘서... 모두.. 데이트앱을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만남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 무난히 이야기하다 죽이 맞으면 조용한 곳에 가기도 했다. 한번은 지뢰를 밟기도 했지만, 외형 사나운 배구 선수인 아사히에게서는 웬만한 위험도 비껴나갔다.

  익명 채팅 때 니시노야를 떠올리긴 했다. '만날래요?' '작지만 걱정 말아요, 운동하니까.' 만나기도 전부터 목적을 불쑥 내미는 굉장한 성격이었으니까.

  너라면 안심이란 말은 반은 농담이었다. 니시노야의 표정이 굳어있었으니까 풀어주려는 배려였다. 나머지 반은 불안이었다. 안심한 척 연기했지만, 불안했다.


  다음날 아침에 아직 잠에 취한 채 눈을 감고있던 아사히는 품에 파고들어 허리를 끌어안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니시노야가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걸 들었다. 아아, 누굴까, 이 애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길래 이렇게 애틋한 향기를 품은 목소리를 내는 걸까. 저건 아낄 만한 사랑이다. 그러니 더는 내 희미한 흔적도 섞이지 않게 조심해야지. 니시노야의 사랑을 응원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니시노야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토닥 보듬어 안았다. 니시노야가 놀란 듯 움찔거렸다가 심박과 숨소리만 빨라진 채 가만히 안겨있었다. 아사히는 눈을 감은 채 헐렁한 미소를 지었다.


  니시노야는 타나카 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버텼다. 아사히와 싸웠던 때 울지 않았던 것처럼. 사에코라면 과연 유우는 남자답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칭찬했을까. 하지만 타나카는 속이 울렁거렸다. 이럴 땐 자신을 좀 용서해줘도 될텐데. 니시노야는 매몰차게 버텼다. 대신 가슴팍을 꽉 쥐었다.


  아사히가 노야의 사랑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야를 멀리하는 방식이, 배구부를 떠나려고 했던 때랑 비슷했을 것 같다. 상냥하게 웃으면서도 여지를 주지 않고 잘라 말하는 방식.


  니시노야는 지나치게 연습에 몰입했고, 아사히는 앱에서 사는 지역 설정을 바꿨다. 모든 알람을 꺼둔 앱은 학교에 있는 동안 가방 속에서 소리없이 메시지를 수신했다. 니시노야는 앱을 지웠다.

  아사히는 눈치챘다. 타나카도 어렴풋이 알았다. 연습을 하는 동안은 아사히가 마음대로 거리를 벌릴 수 없다. 그건 체육관의 암묵적인 규칙에서 벗어나니까. 시선을 피할 수 없고 뒤로 물러날 수 없다. 그 날선 시선, 그 어마어마한 존재감.

  혼자 끌어안은 생각이 있나본데. 그래도 말이야. 스가와라가 눈짓했다. 의미를 아는 대부분이 미지근하게 웃었고 아사히는 조금 더 짙게 웃었다.

  "맞아. 니시노야는 멋있지."

  화난 걸까, 그럴 때도 저렇게 대단해, 하며 누군가 말을 이었다.

  아사히도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였다. 십초에 한 번, 한 알갱이씩 내리는 작은 눈송이처럼 느리게 쌓였다.


 니시노야가 요즘 날선 분위기지?

 응. 제대로 연습도 하고 여전히 시끄럽지만....

 뭔가 날카로워.

 .......

 어, 어? 왜 둘 다 날 봐?

 아사히, 혹시 둘이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아니, 전혀.

 흐응... 니시노야가 아사히한테 잔소리 한 지 오래 된 것 같아.

 ..그게 이상하다는 거냐.....

 이상하지.

  스가는 농담처럼 대꾸했다. 장단을 맞추느라 지었던 자조 섞인 희미한 미소가 가라앉고, 아사히는 니시노야를 바라보았다. 스가와 다이치는 둘을 번갈아 보았다.

  아사히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정말 별일 없는데. 일단 말을 해볼게.

 타나카랑도 말해보지 그래?

 타나카? 그렇구나. 타나카라면 뭔가 알겠네.

 너도 가끔은 2학년 애들한테 먼저 상담해주고 그래. 츠키시마랑은 가끔 뭔가 말하는 거 같더니.

 타나카와도 스파이크 코스 선정이라든가, 여러가지 말하는데...


  ..니시노야 선배가? 오히려 움직임은 더 나아지지 않았어? 슷, 하고 움직이시잖아. 삿, 하고 리시브가 올라가서 세터 입장에선 최고야. 감동적일 정도로.

 그러니까 슷, 이니 삿, 하고 말해도 못 알아듣겠다니까.

 연습도 더 열심히 하시잖아.

 너같은 배구 바보한테 뭘 묻겠어.

 뭐야?

 아무튼 팀의 호흡에 지장이 없다니까 됐잖아. 가자.

 응.. 츳키.

 애초에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누가 누굴 걱정해. 그 선배라면 누구보다 알아서 잘하잖아.

 응. 미안.

 사과할 일은 아니잖아. 어쨌든 누군가 우리보다 잘 해결할 사람이 손을 쓰겠지. 다른 선배들도 있고. 타나카 선배라든가.


  ...노얏상이요?

 응.

  타나카라면 분명 니시노야와 무슨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아니면 타나카가 알아서 눈치채거나. 무슨 이야기든, 했을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들었을까. 들었다면 얼마나 들었을까.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타나카도 아사히의 태도가 이상하지 않다는 눈빛이었다.

  선배, 저는 아무것도 말 못해요. 그러기로 약속했어요.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저에겐 묻지 말아주십쇼.

  타나카는 지친 사람처럼 대꾸했다. 하고싶은 말을 누르며 참다가 지쳤지만 참는 데 성공한 사람처럼. 그러나 아직 말을 뱉어내고 싶은 열망에 불온한 열기를 품고.

  그 열기에서 자신을 탓하는 냄새개 났다.

  그러니 아사히는 제쪽에서 거절한 니시노야와의 연락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빠르게 왔다.


  그날의 불안.

  같은 학교, 같은 부 내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아사히는 정말인가 의심하는 동시에 기뻤다. 정말 니시노야가? 정말? 그저 지나가던 길에 날 본 건 아닐까? 아니, 뭐라고 불렀는지 들었잖아. 그 상대가 맞아. 하지만 괜찮을까, 같은 학교에 같은 동아리 후배와 해도 되는 걸까. 믿어도 되는 걸까. 아니, 니시노야잖아. 믿어도 돼. 하지만.... 어쩌면 부활동 중에 약간의 감정적 스릴을 겪을지도 모르겠다고 두근거렸을지도. 노야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기 전까지는. 놀람, 의심, 불안, 두려움, 거리감, 친밀감, 이해, 의문, 아쉬움. 그리고 수용.


  아즈마네 아사히는 선배다.

 아즈마네 아사히는 곧 성인이 된다.

 아즈마네 아사히는 도덕적이다.

 아즈마네 아사히는 책임감이 강하다.

  그리고 아즈마네 아사히는 니시노야 유우를 아낀다.


  그들은 다시 학교 밖에서 만났다. 커피 체인점의 까끌까끌한 잔을 잡고 아사히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나 때문이야?

  그가 생략한 말을 니시노야는 안다. 니시노야가 학교 안에서 그를 조금 건드렸고 아사히가 거리를 두었던 그날의 이야기였다.

  니시노야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

 난 니시노야가 그 사람이랑 잘됐으면 좋겠어.

 .....

 선을 그어서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뭔가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고. 나는 말이야, 니시노야. 용기가 별로 없으니까. 누구랑 사귀려고 마음을 먹거나, 그 이전에 좋아하는 것도 잘 되지가 않거든. 겁이 나서. 한심하지, 배구 외의 일도 근성이 없어서. 그런데 너는 강하니까. 잘됐으면 좋겠어, 니시노야.

  니시노야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사히가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무심결에 하나씩 접고 있었다. 네 개가 접혀있다.

  왜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합니까.

  아즈마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에 채 대답을 못하는 사이 니시노야는 불가능을 입에 올린다. 불가능이란 단어가 아사히의 눈에 비친 니시노야에겐 너무 어색해보이는 말이라 뭐라 반응을 못하는데, 니시노야는 좋아하는 사람이 전혀 자길 보지 않아서 잘 될 것 같지 않으면 어떻겠냐고 묻고.. 당연히 그런 상담을 할 경험이 없는 아사히는 당황하고.. 아사히가 뭐라 대꾸하기 전에 니시노야가 말을 잇는다. 그러면 선배를 계속 만나도 되겠냐고. 니시노야는 내뱉고 싶었던 다른 말은 삼켜버린다. 그러면 그날처럼, 자기 손이 아사히의 팔을 건드리기 전에 아사히가 한걸음 살짝 멀어져버리는 경험은 더는 안해도 되는 거냐고.

  아사히는 놀란 채 멈춰있다가 뭔가 더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말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자기가 시킨 음료를 가지고 돌아온 아사히는 긴장한 모습으로 한참 말이 없다가 다음에 마저 이야기하자고 했다.



  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니시노야가 그런 말 하는 거, 의외라서.

  차였어요.

  뭐? 아, 고백 했구나.

  니시노야는 네, 하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 미안.

  ..왜 아사히 상이 사과해요.

  그래도... 아직 좋아하는 거지?

  니시노야는 내내 아사히의 시선을 피하다가 이 질문엔 아예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질문으로 다섯개째 손가락을 접은 주먹에 힘이 들어가 살빛이 희었다.

  카페에서 나왔을 땐 둘은 만나도 괜찮은 사이가 되었다. 머리가 복잡했지만 아사히는 잘못 선택하지 않았다고 속을 다독였다. 차였다잖아. 가능성이 없어졌다는데 내가 나서서 더 해보라는 둥 간섭하는 건 우습고. 그렇다고 차였으니까 만나주겠다고 응한 선택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니시노야....

  불안해보였어.

  아사히는 뒤를 돌아보았다. 꽤 걸어왔으니 반대 방향으로 멀어진 니시노야는 보이지 않았다. 사귄다거나, 무슨 깊은 관계가 생기진 않았지만. 아사히는 옷 주머니 속에서 손을 바스락거렸다.

  막연하게 피하지 않기로만 약속했을 뿐이지만. 어쨌든 니시노야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가까워진 건 사실이니까, 아주 조금이지만. 아사히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사히가 점점 노야의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고 노야 신경썼음 좋겠다아.. 한두번 더 같이 자게 되면서 더 의식하게 되고.. 여전히 노야가 하면서 좋아한다고 중얼거리니까 속으로 살짝 질투도 하고...

  니시노야가 배구나 다른 것에서는 끝도없이 욕심을 내는데, 아사히와의 관계는 자꾸 마음이 무너져서 타협해버릴 것 같고 하지만 그래봤자 만족 못할테니까 자꾸 속에서 울음이 치미는데 꾹 참았음 좋겠네...


  둘이 두 번째로 자게 됐을 때 니시노야는 여전히 첫번째 때처럼 긴장하고 그때보다 심취해서, 아사히가 과호흡 올까봐 걱정할 정도로 집중해서 움직이고 숨 몰아쉬었음 좋겠다. 아사히도 갈랑말랑 하는 힘든 상황에서 노야 진정시키려고 꼭 껴안았음 좋겠네.. 걱정되니까 올라타주지 않을까!? 니시노야는 가만히 있으라면서 내가 움직이겠다고? 노야 완전 퓨즈 나갈 것처럼 흥분하지 않을까! 암튼 아사히가 더 좋아졌음 좋겠다... 근데 섹스도 좋지만 데이트 하고싶어할 거 같어 사귀고 싶으니까... 욕구가 채워지긴 커녕 점점 더 차올라서 고백하고싶은데 자꾸 고백하는 한마디가 입밖으로 안나와서 속앓이했음 좋겠다...

  근데 딱히 둘이 사귀는 거 아니니까 아사히는 계속 데이트앱 쓰다가 딴 남자랑 원나잇 했음 조켔네 니시노야가 알게됐음 좋겠고 그러면은 표정에 좌절감이 엄청 티나서 이제 아사히도 눈치 조금씩 채라그..




  타나카가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겨서 데이트를 다닐 무렵... 노야랑 둘이 나란히 걷다가 노야가, 너 멋있졌다고 말했다. 타나카는 그 다음에 '남자가 되었구나, 류!'란 말이 따를 줄 알았지만 노야는 그것으로 충분하단 듯 입을 다물었다.

  타나카는 문득 궁금해졌다.

 있잖아, 노야. 전에 연습했던 거 말이야. 후회해?

 응? 아. 너한테 말 안했었구나. 나 아사히 상이랑 사귀게 됐어.

 뭐!? 뭐야, 언제? 왜 말 안했어?

 미안. 아직 뭐랄까... 실감이 안 나서. 불안하기도 하고.

 불안해? 뭐가?

 음.... 다 거짓말일까봐.

  타나카의 걸음이 느려졌다. 노야는 타나카의 눈을 흘끔 보았다. 노야는, 그냥 그래, 아사히 상이 연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 라고 말하며 다시 앞을 보았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연습 안하려고.


  오해와 마음의 상처는 한 번 생기면 쉽게 가라앉지 않을텐데, 그걸 해소하려는 수많은 말을 좋아한다. 한 마디에서 생긴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수천, 수만 마디의 문장을 마다않고 계속계속.

  절 안 좋아하죠?

 아니야, 난 널 좋아해.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널 좋아하고 있어.

 날 좋아합니까?

 응. 좋아해.

 진심이에요?

 진심이야. 네가 좋아.

 그럼 그때 왜그랬습니까?

 들어준다면 전부 설명할게. 난 널 좋아하니까.





*

  노야의 첫 연습 때는 상대편이 성격이 불같아서 때리기도 했거니와, 화풀이 겸 연습하러 왔으니 교육시켜 주겠다며 노야의 첫 경험을 정말 연습으로 만들었다는 뒷설정을 생각해뒀었다. 하이큐 캐릭터 중에 고를까 하다가 이미 아사히 만나는 것도 우연인데 그것까지 우연으로 처리하긴 그렇고... 아사히랑 만나게 된 건 상당히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사히가 게이(혹은 바이)+노야가 아사히 신체조건으로 사람을 찾았으니까.. 노야가 적당히 학교에서 먼 지역 사람인 행세를 하고 파트너를 찾았던 것과 비슷한 사고가 아사히 머릿속에도 있어서, 지역은 꽤 겹치는 게 당연했다. 교통편 같은 걸 고려하다보면 그럴 확률 높지. 아사히 성격에 익명 어플 사용도 할만 하다 생각하고..


  내는.... 노야가 불안을 연습으로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라 좋다..... 그런데... 그게 자승자박이 되는 사건이 있었으면 좋았겠던 것이다..... 나는 그래도 연습을 하는 쪽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노야는 잘못 선택했었다고 생각했음 좋겠어 ^ㅠ^ (인성 니시노야의 반성 아닌 후회 < 너무 희귀하고 아사히가 주었으면 좋겠는 것

  니시노야는 아사히가 자신을 자기랑 같은 의미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과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의 충돌로 이상한 선택, 연습하기로 하는 선택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제3자를 보며 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런 상황에서 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아사히와의 원나잇에서 니시노야가 발견한 건 자신의 실수-잘못 뿐이다. 잘못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쎄 그게 잘못은 아닌데...

  이 썰에서 니시노야가 서로 오해를 쌓게 만든 유일한 실수는 직접 고백을 안 한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고백했더라면 차였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잘못 결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강한 니시노야가 사랑에 있어서는 의기소침할 때가 있는 거 완전 좋지 않나!? (혼자 뻐렁침) 그리고 그 불안과 의기소침함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꾹꾹 누르다가 맺어진 후에야 드러낼 수 있는 거...


  이 썰에서 제일 성적인 행위에 보수적인 건 타나카다. 노얏상이 마초적인 건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마초적이기 때문에, 아사히가 남자기 때문에 아사히의 원나잇에 우호적이다. 마초적인 가치관이 다르게 작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썰에서는.

  아사히의 '싫어할 수도 있다'는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아사히의 성격이라면 정말 싫은 게 아니라면 그렇게 빨리 싫단 말이 나올 리 없을 거다,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한 건 최소한의 배려였을 것이다. 딱히 틀린 짐작이 아니었지만, 아사히는 아사히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무르기 때문에 원나잇 도중에 니시노야의 고백을 들었더라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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